- 작게 해 보자는 요구와 잘돼야 한다는 요구는 같이 지킬 수 없습니다. 둘이 같은 회의에서 나오면 담당자는 나중 것을 따릅니다.
- 확대할 때 만나는 조건은 좋은 곳보다 나쁜 곳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시범 대상에 조건이 나쁜 곳을 하나 넣습니다.
- 중단 기준을 시작할 때 정하지 않으면 시범이 사업으로 굳습니다. 판단은 담당자가 아니라 결정한 회의가 맡습니다.
예산이 승인되면 요구가 하나 더 붙습니다
새 사업을 검토할 때는 작게 해 보자고 합니다. 그런데 예산이 승인되고 담당자가 정해지면 다른 요구가 함께 나옵니다. 이건 잘돼야 한다는 요구입니다.
그 요구가 생기면 성격이 바뀝니다. 배우려고 시작한 일이 증명하는 일이 됩니다. 담당자는 실패하지 않을 조건을 찾게 되고, 그 조건에서 나온 결과는 확대 판단에 쓸 수 없습니다.
두 요구는 같이 지킬 수 없습니다. 같은 회의에서 둘 다 나오면 담당자는 나중 것을 따릅니다. 평가가 거기에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작할 때 어느 쪽인지 정해 두어야 합니다.
조건이 나쁜 곳을 하나 넣습니다
제가 수소충전소 거점을 고를 때 세 곳 중 하나를 일부러 까다로운 자리로 잡았습니다. 민원이 예상되고 진입로가 좁고 전력 인입 거리가 먼 곳이었습니다. 내부에서는 왜 굳이 어려운 데를 넣느냐는 말이 나왔습니다.
좋은 곳 두 곳은 예상대로 진행됐습니다. 일정도 비용도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새로 알게 된 것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전부 나쁜 곳에서 나왔습니다. 인허가 협의가 어디서 길어지는지 알게 됐습니다. 전력 공사가 전체 일정에서 얼마를 차지하는지도 그때 봤습니다. 주민 설명을 언제 시작해야 하는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문제들이 이후 거점 계획을 바꿨습니다. 인허가 착수 시점을 앞당겼고, 전력 인입을 별도 공정으로 분리했고, 주민 설명 담당을 따로 뒀습니다. 확대할 때 만나는 조건은 좋은 곳보다 나쁜 곳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다만 전부를 어려운 자리로 잡으면 조직이 감당하지 못합니다. 세 곳 중 하나로 제한한 이유입니다. 확인하려는 것과 무너지는 것은 다릅니다.
중단 기준을 시작할 때 정합니다
시범에는 중단 기준도 필요합니다. 언제까지 무엇이 나오지 않으면 멈춘다는 기준입니다. 이것이 없으면 시범이 사업으로 굳습니다.
쓴 돈이 아깝고, 그만두자고 말하는 사람이 책임을 지게 되니 아무도 꺼내지 않습니다. 그러다 몇 년이 지나고 멈출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나서야 다들 알게 됩니다.
기준을 미리 정해 두면 중단이 실패가 아니라 계획대로가 됩니다. 그래야 다음 시범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판단은 담당자 개인이 아니라 결정한 회의가 맡습니다. 개인이 책임지게 하면 그 기준은 형식으로 남습니다.
숫자로 정하면 더 분명해집니다. 저는 시범 예산을 전체 사업비의 오 퍼센트 안으로 잡고, 기간은 두 분기를 넘기지 않게 합니다. 이 정도면 조직이 실패를 감당하고, 결과를 기다리다 시장을 놓치지도 않습니다.
보고서 순서도 바꿉니다
지금은 시범 계획서에 세 가지를 적습니다. 무엇을 확인하려는지, 어떤 조건에서 시험할지, 언제 멈출지. 이 셋이 없으면 시범이 아니라 축소판 사업입니다.
보고서를 쓸 때도 순서를 바꿨습니다. 나쁜 조건에서 나온 문제를 앞쪽에 쓰고 잘된 이야기는 뒤에 둡니다. 읽는 사람이 결정해야 할 것은 잘된 쪽이 아니라 막힌 쪽이기 때문입니다.
이 방식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증이나 허가가 걸린 사업은 첫 건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 시도가 막힙니다. 그때는 시범이라고 부르지 않고 준비라고 부르는 편이 정확합니다. 이름을 정확히 부르면 기대도 정리됩니다.
확인하고 싶은 것이 성공이라면 그것은 시범이 아니라 홍보입니다. 실험 예산과 실패해도 되는 범위를 같이 설계해야 다음 시도가 이어집니다.
점검 목록
- 지금 진행 중인 시범에 중단 기준이 문서로 적혀 있는가
- 시범 대상에 조건이 나쁜 곳이 하나라도 들어가 있는가
- 중단 판단을 담당자 개인이 아니라 회의가 맡고 있는가
출처
무엇을 확인할지 정하는 이야기는 신사업 첫 채용에서 보는 것에서 이어집니다.
정부지원사업 신청 때 AI 도입 사실을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가 AI로 인건비를 절감한 기업이 정부지원사업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 구조에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