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소전기차의 주행거리는 이미 내연기관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보급은 느립니다.
- 실제 병목은 충전소 수가 아니라 충전소 가동률, 대기 시간, 충전 완료 예측 가능성입니다.
- 충전 경험 신뢰도를 성과 지표로 관리해야 보급 정책의 자원 배분 방향이 바뀝니다.
차의 문제가 아닙니다
수소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주행거리가 아닙니다. 가장 가까운 충전소가 항상 작동하는가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수소전기차는 약 7만 2천 대이며 수소 충전소는 약 1,000개가 운영 중입니다(IEA, 2024). 충전소 1개당 차량 72대 수준입니다. 충전소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보급이 느린 이유를 충전소 수만으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수소전기차 보급이 느린 것을 두고 차 자체의 경쟁력 문제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하지만 도요타 미라이 2세대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650km에 달하고, 현대 넥쏘는 국내 인증 기준 611km입니다. 주행거리는 이미 내연기관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보급이 느린 원인은 차가 아니라 충전 경험의 예측 불가능성입니다. 충전소에 도착했을 때 대기 시간이 얼마인지, 충전이 정상적으로 완료될지 미리 알 수 없는 구조가 구매 결정을 막고 있습니다.
충전 경험의 불확실성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됩니다. 첫째, 충전소 가동 여부가 실시간으로 공유되지 않습니다. 둘째, 특정 충전소에 차량이 몰릴 때 대기 시간이 30분을 넘기도 합니다. 셋째, 수소 압력 부족으로 충전이 절반에서 중단되는 사례가 있습니다. 이 세 가지가 개선되지 않는 한 충전소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구매 전환을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충전 경험이 구매 결정을 막는 구조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비교에서 전기차가 앞서는 이유 중 하나는 충전 가능 지점의 수가 아닙니다. 충전이 예측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집 충전, 직장 충전, 고속도로 급속 충전 모두 충전 완료 예상 시간을 앱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소전기차의 충전 경험이 이 수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주행거리와 차량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선택받기 어렵습니다.
노선이 고정된 상용차와 노선이 유동적인 승용차의 충전 경험 요건은 다릅니다. 버스는 정해진 충전소를 정해진 시간에 이용하므로 충전 경험의 불확실성이 낮습니다. 반면 승용차는 장거리 이동 경로가 매번 달라지기 때문에, 경로상 어떤 충전소가 신뢰할 수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수소 충전소 정보 시스템은 이 기능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대기 시간 문제는 충전소를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충전소가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차량 수와 특정 시간대 수요가 맞지 않으면, 충전소가 있어도 대기가 발생합니다. 이것은 충전소 입지 설계, 노선별 수요 예측, 사전 예약 시스템과 연결된 문제입니다.
충전 경험 개선의 우선순위
첫 번째 우선순위는 실시간 충전소 상태 정보 공유입니다. 충전소 가동 여부, 현재 대기 차량 수, 수소 잔량 등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으면 운전자의 불안이 크게 줄어듭니다. 이 정보 인프라는 충전소를 추가 설치하는 것보다 비용이 낮고 효과는 즉각적입니다.
두 번째 우선순위는 핵심 노선별 충전 접근성 확보입니다. 전국 모든 곳에 충전소를 늘리는 것보다, 수소전기차가 가장 많이 다니는 경로에서 충전 공백이 없도록 설계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수소버스 노선이 이미 운영 중인 도시에서 승용차 충전 경험이 함께 개선되면 보급 가속 효과가 더 큽니다.
Ahn Partners 판단: 수소전기차 보급 정책에서 충전소 수를 성과 지표로 삼는 것은 병목을 잘못 진단한 결과입니다. 충전소 수가 아니라 충전 경험의 신뢰도, 즉 가동률, 평균 대기 시간, 충전 완료율을 성과 지표로 바꾸면 정책 자원의 배분 방향이 달라집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수소전기차 보급의 실제 병목은 차의 성능이나 충전소 수가 아니라, 충전소에 도착했을 때 충전이 완료될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구매 결정을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충전 신뢰도를 공개 지표로 관리하는 것이 보급 정책의 다음 단계입니다.
점검 목록
- 가장 가까운 수소 충전소의 실시간 가동 여부를 출발 전에 확인할 수 있는가
- 충전소 운영 기관이 월별 가동률과 평균 대기 시간을 공개하고 있는가
- 수소전기차 구매를 고려한 적 있다면, 결정을 미룬 이유가 차량 성능인가 아니면 충전 경험에 대한 불확실성인가
출처
- International Energy Agency. (2024). Global Hydrogen Review 2024. IEA.
- H2Korea. (2023). 수소충전소 운영 현황 2023.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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