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DROGEN

수소차가 망했다는 말, 절반만 맞습니다

수소냐 전기냐의 기술 경쟁으로 보면 지금 전기가 이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싸움은 승용차에서만 일어났습니다. 대형 상용차와 장거리 운송에서는 아직 경쟁이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 수소 승용차 판매는 2023년 기준 전 세계에서 약 1만 3천 대로, 전기 승용차의 0.1% 수준입니다. 승용 시장에서 수소차는 전기차에 밀리고 있습니다.
  • IEA와 Hydrogen Council은 수소의 주요 활용처를 장거리 대형트럭, 버스, 선박, 철강 등 배터리로 대체하기 어려운 분야로 전망합니다. 에너지 밀도와 충전 속도에서 수소가 경쟁력 있는 용처가 따로 있습니다.
  • 수소냐 전기냐를 묻기 전에 어떤 차, 어떤 거리, 어떤 하중인지를 먼저 정해야 합니다. 용처가 다르면 답이 다릅니다.

수소차 판매가 멈추는 동안 수소 트럭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2023년 현대자동차 넥쏘의 국내 판매량은 약 4천 대였습니다. 전기 승용차 시장이 같은 기간 20만 대를 넘긴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큽니다. '수소 승용차가 배터리 전기차에 밀리고 있다'는 말은 이 숫자에서 나옵니다.

같은 해 현대자동차의 엑시언트(XCIENT) 수소 대형트럭은 스위스에서 47대가 운행 중이었습니다. 2023년까지 누적 주행 거리는 400만 km를 넘었습니다. 현지 물류 기업들은 전기 대형트럭과 수소 트럭을 함께 시범 운영한 뒤 장거리 노선에는 수소 트럭을 우선 선택했습니다.

'수소차가 망했다'는 판단은 이 두 숫자 중 첫 번째만 봤을 때 나옵니다. 수소 기술이 어디에서 지고 있고 어디에서 경쟁하고 있는지를 함께 보면 다른 그림이 됩니다.

배터리가 이기는 곳과 수소가 경쟁하는 곳

IEA가 2019년 G20 의장국 일본의 요청으로 작성한 보고서 '수소의 미래(The Future of Hydrogen)'는 섹터별 수소 활용 전망을 정리했습니다. 승용차와 도심 단거리 노선 버스는 배터리 전기차의 경제성이 빠르게 개선되므로 수소의 경쟁 공간이 좁다고 봤습니다. 반면 장거리 대형트럭, 철도, 선박, 철강 제조는 배터리로 대체하기 어려운 구조적 이유가 있어 수소가 유력한 대안이라고 봤습니다.

구조적 이유는 에너지 밀도와 충전 속도입니다. 수소는 같은 부피에서 현재 배터리보다 에너지를 더 많이 저장합니다. 연료전지 차량의 수소 충전 시간은 3분에서 5분입니다. 충전 대기가 가동률을 직접 결정하는 장거리 상용차에서 이 두 특성이 수소의 경쟁력을 만듭니다.

Hydrogen Council의 2023 수소 인사이트 보고서는 2050년 전망에서 수소가 전체 에너지 수요의 18%를 담당할 것으로 봤습니다. 이 중 상용 장거리 운송(트럭, 버스, 선박)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승용 시장에서 결론이 난 것이 상용 시장에서도 같은 결론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용처를 먼저 정해야 기술 선택이 보입니다

수소냐 전기냐를 기술 경쟁 구도로 보면 두 가지를 동시에 놓치게 됩니다. 하나는 이미 결론이 난 구간(승용)을 계속 논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직 열려 있는 구간(대형 상용)의 기회를 검토하지 않는 것입니다.

수소 관련 사업을 검토할 때 먼저 물어야 할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목표 차종은 승용인가, 대형 상용인가. 둘째, 주행 패턴은 단거리 순환인가, 장거리 간선인가. 셋째, 차량 운영에서 하중 한도가 수익 구조의 핵심인가. 이 세 가지 답에 따라 배터리와 수소 중 어느 기술이 맞는지가 달라집니다.

Ahn Partners 판단: 수소 사업 투자를 검토하는 기업들과 대화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이 세 가지입니다. 승용 수소차 시장에 진입하는 것과 대형 상용 수소 운송에 참여하는 것은 경쟁 구도, 규제 환경, 경제성 임계점이 모두 다릅니다. 이 구분 없이 '수소가 되는가, 안 되는가'를 먼저 판단하면 투자 결정이 틀리기 쉽습니다. 이것은 Ahn Partners의 판단이며, 통제된 연구 결과가 아닙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수소냐 전기냐를 묻기 전에 어떤 차, 어떤 거리, 어떤 하중인지를 먼저 정해야 합니다. 승용차에서는 이미 전기가 앞섰지만 대형 상용차와 장거리 운송에서 이 싸움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수소 관련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면, 어떤 용처를 목표로 하는지를 먼저 특정한 뒤 경쟁 지형을 보는 것이 맞습니다.

점검 목록

  • 지금 검토하는 수소 또는 전기 사업의 목표 차종이 승용인가, 대형 상용인가를 기획서에 명시했는가
  • 운영 대상 차량의 일일 주행 거리와 평균 하중 조건이 기술 선택 기준에 반영되어 있는가
  •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 연료전지를 같은 용처 기준으로 비교한 경제성 분석이 있는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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