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칙은 품질을 지키려고 만들어지지만 쌓이면서 원래 목적보다 절차 준수 자체가 목표가 됩니다.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이 1940년 이것을 목표 치환(goal displacement)이라 불렀습니다.
- 조직을 27년간 운영하면서 규칙을 가장 많이 만든 시기가 팀에 대한 신뢰가 가장 낮았던 시기였습니다. 품질 걱정이 아니라 통제 욕구가 규칙을 만듭니다.
- 게리 해멀과 미켈레 자니니는 2020년 미국 기업의 관료제 비용을 연간 3조 달러로 추산했습니다. 규칙의 비용은 규칙을 따르는 데 드는 시간입니다.
규칙이 쌓이는 세 단계
품질 문제가 한 건 터졌습니다. 체크리스트 항목을 세 개 더 추가했습니다. 다음 분기에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항목을 다섯 개 더 넣었습니다. 2년이 지나자 체크리스트는 47개 항목이 됐습니다. 팀원들은 체크리스트를 마지막에 한꺼번에 체크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체크리스트를 만든 사람도 그 사이에 회사를 떠났습니다.
뜻밖인 것은 규칙이 늘어날수록 실질 품질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규칙이 많아지면 각 규칙이 실제로 지켜지는지를 확인하는 비용도 늘어납니다. 규칙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규칙의 원래 목적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면, 사람들은 규칙을 실질 품질이 아닌 감사 대응 도구로 인식합니다. 규칙이 품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품질이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게 하는 역할로 바뀝니다.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은 1940년 '관료적 구조와 인성(Bureaucratic Structure and Personality)' 논문에서 이를 목표 치환(goal displacement)이라 불렀습니다. 규칙은 원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지지만, 조직이 규칙 준수 자체를 목표로 삼기 시작하면 원래 목표는 뒤로 밀립니다. 품질 체크리스트가 47개가 되는 순간, 목표는 제품 품질이 아닌 47개 항목 완료가 됩니다.
규칙을 만드는 진짜 이유
오랜 경영 경험에서 돌아보면, 가장 많은 규칙을 만든 시기가 팀에 대한 신뢰가 가장 낮았던 시기였습니다. 채용이 잘못됐다고 느끼거나, 이전에 실수가 있었거나, 팀이 내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이 있을 때 규칙이 만들어졌습니다. 품질 걱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통제 욕구였습니다. 규칙은 리더가 자리를 비워도 결정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내려지게 하는 장치입니다.
게리 해멀과 미켈레 자니니는 2020년 저서 '휴머노크라시(Humanocracy)'에서 미국 기업의 관료제 비용을 연간 3조 달러로 추산했습니다. 이 비용의 대부분은 규칙을 따르고 승인을 기다리고 보고를 준비하는 데 드는 시간입니다. 그 시간에 실제 고객 문제를 해결하거나 제품을 개선하는 일이 줄어듭니다. 규칙의 비용은 규칙이 적용되는 문서가 아니라, 규칙 때문에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있습니다.
Ahn Partners 판단: 조직에 새 규칙을 추가하기 전에 다음 두 가지를 확인합니다. 첫째, 이 규칙이 없으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규칙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다뤄야 합니다. 둘째, 이 규칙을 추가함으로써 줄어드는 팀의 자율 판단 범위가 무엇인가. 규칙이 팀의 판단력을 쓸 기회를 빼앗는 비용을 인지하면서 추가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규칙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원칙으로 대체하는 것
규칙을 없애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규칙이 다루는 상황을 원칙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이 서류는 반드시 두 사람이 확인해야 한다'는 규칙 대신, '고객에게 영향을 주는 변경은 한 사람이 혼자 처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두면, 팀은 그 원칙을 상황에 맞게 적용합니다. 원칙은 상황이 바뀌어도 유효하지만, 규칙은 만들어진 상황에서만 유효합니다.
지금 조직에서 가장 자주 우회되는 규칙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면 됩니다. 사람들이 공식적으로는 따르지만 실제로는 형식적으로 처리하는 규칙이 있다면, 그 규칙은 이미 목적을 잃었습니다. 그 자리에 원칙을 두고 판단의 여지를 팀에게 돌려주는 것이 조직을 다시 움직이게 합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규칙은 불신이 만들고 시간이 굳힙니다. 규칙이 많은 조직은 품질이 높은 조직이 아니라 리더가 팀 판단을 믿지 않는 조직입니다. 가장 자주 우회되는 규칙을 원칙으로 교체하는 것이 시작입니다.
점검 목록
- 지난 1년간 새로 추가한 규칙 중 구체적인 실패 사례 없이 만들어진 것이 있는가
- 팀이 공식적으로는 따르지만 실제로는 형식적으로 처리하는 규칙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 규칙을 만들기 전에 이것이 품질 문제인지 신뢰 문제인지를 구분하고 있는가
출처
- Merton, R.K. (1940). Bureaucratic Structure and Personality. Social Forces, 18(4), 560-568. 규칙 준수가 목표 자체가 되는 목표 치환(goal displacement) 현상 분석.
- Hamel, G. & Zanini, M. (2020). Humanocracy: Creating Organizations as Amazing as the People Inside Them.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미국 기업 관료제 연간 비용 3조 달러 추산.
규정이 너무 많아서 무엇을 따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직원들이 말합니다. 줄이고 싶은데 어떤 것을 없애야 할지, 누가 결정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규정을 만드는 절차는 있는데 없애는 절차가 없는 이유에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