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약은 판단 재료를 덜어 내는 일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다는 사실만 남고 왜 그랬는지가 빠집니다.
- 요약본 아래에 현장 담당자가 처음 쓴 글을 열 줄 이내로 그대로 붙였습니다. 두 달 뒤 임원들이 원문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 나흘 걸리던 것이 이틀이 됐습니다. 단계를 줄인 것이 아니라 각 단계의 재작성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단계마다 원인이 지워집니다
보고 단계가 하나 늘면 시간만 느는 것이 아닙니다. 정보가 줄어듭니다. 단계마다 요약되기 때문입니다.
요약은 판단 재료를 덜어 내는 일입니다. 현장에서 올라온 이슈가 임원에게 도착하면 원인이 지워져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다는 사실만 남고 왜 그랬는지가 빠집니다.
그러면 위에서는 대책만 지시하게 됩니다. 원인을 모른 채 나온 대책입니다. 단계를 줄이는 것이 답인데 조직 구조라 쉽게 바꾸지 못합니다.
대신 원문을 같이 올리게 하는 것은 오늘도 할 수 있습니다. 요약이 나쁜 것이 아닙니다. 요약만 남는 것이 문제입니다.
원문을 열 줄로 붙입니다
저는 현장 이슈 보고를 그렇게 바꿨습니다. 요약본 아래에 현장 담당자가 처음 쓴 글을 그대로 붙이게 했습니다. 길어야 열 줄입니다. 읽는 사람이 필요하면 봅니다.
처음에는 중복이라고 반대가 있었습니다. 요약이 있는데 원문을 왜 붙이냐는 것이었습니다. 두 달이 지나니 임원들이 원문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요약보다 짧을 때도 많았습니다. 요약은 정리하느라 길어지고 원문은 겪은 것만 적어서 짧습니다.
원문 길이에 상한을 둡니다. 열 줄이면 읽는 부담이 없습니다. 상한이 없으면 원문이 보고서가 되어 다시 길어집니다.
재작성이 사라지면 시간이 남습니다
그리고 나흘 걸리던 것이 이틀이 됐습니다. 단계를 줄인 것이 아니라 각 단계에서 다시 쓰는 시간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중간 관리자는 원문을 붙이고 판단만 한 문장 적으면 됐습니다. 요약본을 다시 쓰는 데 반나절씩 걸리던 것이 사라졌습니다. 일이 줄었는데 정보는 늘었습니다.
중간 관리자가 하던 일 중 상당수가 재작성이었습니다. 재작성을 없애면 판단할 시간이 생깁니다.
재작성이 사라지면서 중간 관리자가 현장에 갈 시간이 생겼습니다. 그 시간에 직접 본 것이 다음 판단에 들어갔습니다.
원문을 평가에 쓰지 않습니다
다만 원문을 붙이면 조심할 것이 있습니다. 현장 담당자가 위에서 읽는다는 것을 알면 원문부터 다듬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원문이 또 하나의 요약본이 됩니다.
그래서 원문은 평가에 쓰지 않는다고 못박았습니다. 표현이 거칠어도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한 번이라도 원문 표현으로 지적하면 그날로 끝납니다.
다들 다듬어서 올리게 되고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이 약속은 한 번 어기면 회복되지 않습니다. 다들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방식은 나쁜 소식에서 특히 값이 큽니다. 좋은 소식은 요약해도 왜곡이 적지만 나쁜 소식은 단계마다 부드러워집니다. 결론이 나지 않는 회의의 구조는 결론 없이 끝나는 회의에서 이어집니다.
점검 목록
- 임원에게 도착하는 보고에 현장 원문이 붙어 있는가
- 원문 길이에 상한이 정해져 있는가
- 원문 표현을 평가에 쓰지 않는다는 약속이 지켜지고 있는가
출처
스마트시티 구축 후 실제 운영이 바뀌지 않는 이유는 데이터는 쌓였는데 운영이 바뀌지 않는 이유: 충주 스마트그린산단에서 확인한 병목에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