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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이 가장 비싼 자본이 되는 순간은 사업 방향이 서류 요건을 따라 움직일 때입니다

정부 지원금은 이자 없이 쓸 수 있는 가장 싼 자본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지원금 요건에 맞추기 위해 사업 방향을 바꾸기 시작하면, 지원금의 실제 비용은 지원금 금액보다 훨씬 커집니다.

  • 정부 지원금 요건에 사업 방향을 맞추기 시작하면 지원금의 기회비용이 지원금 금액을 초과하기 시작합니다.
  • 지원금이 본업의 방향타를 대신하는 순간을 알아채는 세 가지 신호가 있습니다.
  • 지원금을 받기 전에 요건과 현재 전략의 일치율을 먼저 계산해야 합니다.

보조금이 방향을 바꾸는 순간

중소기업 대표 A씨는 3년 전 정부 연구개발 과제에 선정돼 2억 원의 지원금을 받았습니다. 과제 신청 전 사업 방향은 B2C 서비스였습니다. 과제 요건을 맞추기 위해 B2B 기술 개발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과제가 끝난 뒤 B2C로 돌아오려 했지만, 3년간 B2B 방향으로 쌓인 인력, 특허, 고객 관계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한국 정부의 R&D 투자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29조 원이었습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3).

정부 지원금은 이자 없이 쓸 수 있는 가장 싼 자본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비용 구조는 다릅니다. 지원금은 특정 방향의 R&D, 특정 형태의 고용, 특정 방식의 성과 보고를 요구합니다. 기업이 이 요건에 사업 방향을 맞추기 시작하면 지원금이 본업의 방향타를 대신합니다. OECD(2021) 과학기술혁신 전망 보고서는 공공 보조금을 받은 기업들이 지원 대상 영역으로 R&D 방향을 체계적으로 이동시키는 현상을 확인했습니다.

지원금을 받을지 판단할 때 먼저 해야 할 질문은 금리가 얼마인가가 아닙니다. 이 지원금 요건에 맞추기 위해 우리 사업이 얼마나 달라져야 하는가가 먼저입니다. 변화의 폭이 크면 지원금의 기회비용은 지원금 금액보다 훨씬 커집니다. 이 계산 없이 지원금을 받으면, 2억 원을 받고 2억 원보다 비싼 방향 전환 비용을 치르는 결과가 됩니다.

요건이 전략이 되는 순간 생기는 일

기업이 지원금 요건에 맞게 조직을 바꾸면 처음에는 일시적인 조정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조정이 3년 이상 이어지면 구조가 됩니다. 지원금 요건을 위해 채용한 인력의 전문성은 그 방향에서 쌓이고, 지원금 보고를 위해 만든 성과 지표는 내부 의사결정 기준이 됩니다. 지원금이 끊길 때가 돼서야 이 구조의 무게가 드러납니다.

또 다른 문제는 지원금 심사와 보고 주기가 기업의 실제 사업 리듬을 간섭한다는 점입니다. 분기별 중간 보고, 연간 성과 평가, 추가 서류 요청에 대응하는 시간은 경영진과 핵심 인력이 부담합니다. 이 시간은 지원금 원가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포함됩니다.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이 간접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큽니다.

지원금이 전략을 대체하는 신호는 세 가지로 나타납니다. 첫째,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지원금 연계가 가능한가를 먼저 확인합니다. 둘째, 사업 로드맵이 지원 과제 일정에 따라 짜입니다. 셋째, 지원금이 끊기면 그 방향의 사업도 함께 멈춥니다.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지원금이 이미 전략을 대체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지원금을 받기 전에 판단해야 할 세 가지

첫째, 지원금 요건이 현재 사업 방향과 얼마나 겹치는지 확인합니다. 지원금 없이도 할 예정이었던 활동에 지원금이 붙는다면 이것은 순수 비용 절감입니다. 지원금 때문에 새로운 방향이 열리는 경우는 그 방향이 전략적으로 유효한지를 지원금과 별도로 판단해야 합니다.

둘째, 지원 기간이 끝난 뒤의 비용 구조를 미리 계산합니다. 지원금으로 채용한 인력, 구입한 장비, 구축한 시스템이 지원 종료 후에도 유지해야 할 자산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유지 비용이 지원금 총액을 초과하는 시점이 의외로 빠르게 옵니다. 이 계산을 지원금 수령 전에 해야 합니다.

Ahn Partners 판단: 수소충전소 100억 이상 정부 과제와 신사업 지원 심사 양쪽을 경험한 결과, 정부 지원금을 받아 사업 방향을 조정한 뒤 본업으로 돌아오는 데 평균 2년에서 3년이 걸립니다. 이것이 지원금의 숨겨진 비용입니다. 지원금 총액과 방향 전환 비용을 합산했을 때 지원금을 받지 않았을 때보다 더 나은 상황인지 판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합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정부 지원금이 가장 비싼 자본이 되는 순간은 이자율이 아니라 사업 방향이 서류 요건을 따라 바뀌기 시작할 때입니다. 지원금 신청 전에 요건과 현재 전략의 일치율을 먼저 계산하면, 이 함정을 피할 수 있습니다.

점검 목록

  • 현재 받고 있는 정부 지원금 요건이 지원금 없이도 할 예정이었던 활동과 얼마나 겹치는가
  • 지원금 심사와 보고에 쓰는 경영진과 핵심 인력의 시간을 월간 시간으로 계산해 본 적 있는가
  • 지원금이 끊겼을 때 현재 추진 중인 방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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