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ttom line
자동화나 AI 적용 대상을 고를 때 다들 반복 업무 목록부터 만듭니다. 그런데 제가 ERP를 직접 만들고 운영하면서 확인한 진짜 비용은 반복이 아니라 예외였습니다. 예외 지도를 먼저 그려야 자동화가 사고 없이 굴러갑니다.
예외의 상당수는 규칙이 없어서 예외일 뿐입니다. 기준을 정하면 일반 업무가 됩니다.
반복은 보이고 예외는 숨어 있습니다
반복 업무는 눈에 잘 띕니다. 매일 하는 입력, 매주 만드는 보고서. 시간을 재기도 쉽습니다. 그래서 자동화 후보 목록에 제일 먼저 올라갑니다.
예외는 다릅니다. 갑자기 바뀐 배차, 기준이 애매한 정산 건, 늘 하던 것과 조금 다른 요청. 한 건 한 건은 작지만, 담당자의 하루를 여러 번 끊어 먹습니다. 어디에도 기록이 안 남습니다. 시간을 재 보면 예외 처리가 반복 업무보다 많은 날이 적지 않았습니다.
ERP를 만들며 확인한 것
화면을 설계하려고 담당자에게 업무를 물으면 답이 늘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보통은 이렇게 처리하는데요, 그런데 이런 경우에는..." 업무 하나에 예외 갈래가 줄줄이 달려 나왔습니다.
결국 개발 기간보다 예외 처리 규칙을 정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막상 해보니 예외의 상당수는 규칙이 없어서 예외였을 뿐, 기준을 정하니 일반 업무가 됐습니다.
정산 마감날의 풍경
정산 마감 때가 좋은 예입니다. 마감 계산 자체는 시스템이 몇 분이면 끝냅니다. 그런데 마감날 담당자는 하루 종일 바쁩니다. 무엇을 하나 들여다보면 예외를 잡고 있습니다.
운행 기록이 누락된 건, 계약과 다르게 운행된 건, 어느 규칙을 적용할지 애매한 건. 각각은 몇 분짜리 일이지만 확인하러 전화하고, 이력을 뒤지고, 상사에게 물어보는 시간이 붙습니다.
이 시간은 어느 보고서에도 예외 처리라고 적히지 않습니다. 그냥 정산 업무가 오래 걸리는 것처럼 적힙니다. 반복 업무 목록만 보고 자동화 대상을 찾으면, 이 비용은 보이지 않습니다.
예외를 다루는 세 단계
- 1기록: 한 달만 예외를 적게 합니다. 종류와 빈도만이라도요.
- 2승격 또는 제거: 자주 나오는 예외는 규칙으로 만들어 일반 업무로 승격하고, 만들 가치가 없는 예외는 업무 자체를 없애거나 거절 기준을 정합니다.
- 3잔여 예외만 사람에게: 남는 진짜 예외만 사람이 판단하게 남깁니다.
AI와 자동화는 이 정리가 끝난 다음에 붙이는 게 순서입니다.
예외 지도 없이 AI를 붙이면
반복 업무만 보고 AI를 붙이면 예외 상황에서 사고가 납니다. 더 나쁜 건, 예외 지도가 없으면 AI가 잘못 처리해도 알아챌 사람이 없다는 점입니다. 자동화율이 올라갈수록 예외 감시는 더 중요해집니다.
예외를 다 없애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렇게 말하면 예외를 전부 없애야 하느냐고 묻는 분이 있습니다. 아닙니다. 예외 중에는 고객을 위한 유연함도 있습니다. 급한 요청을 받아 주고, 사정을 봐주는 것이 경쟁력인 업무도 있습니다.
없애는 게 목적이 아니라 보이게 만드는 게 목적입니다. 어떤 예외가 얼마나 자주 일어나고 무엇을 잡아먹는지 보이면, 남길 예외와 규칙으로 만들 예외를 회사가 직접 고를 수 있습니다. 지금은 그 선택을 담당자 개인이 매번 즉석에서 하고 있는 겁니다.
체크 질문
- 우리 팀의 예외 처리에 쓰는 시간을 재 본 적이 있나요.
- 가장 자주 나오는 예외 세 가지에 처리 규칙이 있나요.
- 지금 추진 중인 자동화 과제는 예외가 생기면 누가 알아채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