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65년 영국 경제학자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William Stanley Jevons)는 증기기관 효율이 높아질수록 석탄 총소비량이 오히려 늘어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기술 효율 향상이 수요 감소가 아니라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이 현상이 AI 시대에 반복되고 있습니다.
- NBER 2023년 연구(Brynjolfsson et al.)는 AI 도구 도입 후 콜센터 직원의 처리량이 평균 14% 증가했음을 확인했습니다. 동시에 조직이 같은 인원에게 기대하는 업무량도 그만큼 늘었습니다. 생산성이 올라간 만큼 더 많은 일이 들어왔습니다.
- AI 시간 절약을 야근 감소로 전환하려면 업무 총량 기준을 바꿔야 합니다. 효율 도구만 도입하고 투입 업무량 기준을 그대로 두면 빠른 처리 속도는 더 많은 요청을 끌어당깁니다.
빨라졌는데 더 늦게 끝납니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McKinsey Global Institute)의 2023년 보고서에서 생성형 AI를 도입한 기업 중 상당수가 특정 업무의 처리 시간이 30% 이상 단축됐다고 보고했습니다. 문서 초안, 이메일 응대, 데이터 정리 같은 업무입니다. 개인 차원의 체감은 분명히 빠릅니다.
그런데 같은 조직에서 전체 팀의 퇴근 시간이 앞당겨졌는지를 물으면 대답이 달라집니다. 처리 속도가 빨라진 만큼 처리해야 할 건수가 늘었습니다. 고객 문의 응답이 빨라지자 고객이 더 자주 문의합니다. 보고서 작성 시간이 줄자 보고 빈도가 늘었습니다. 더 빠른 출력이 더 많은 입력을 부릅니다.
이것은 AI의 문제가 아닙니다. 효율 도구를 도입할 때마다 반복된 현상입니다. 팩스가 편지보다 빠르자 더 많은 문서가 오갔습니다. 이메일이 팩스보다 빠르자 하루에 받는 이메일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도구가 빨라지면 같은 사람에게 더 많은 것을 요청할 수 있게 됩니다.
150년 전 석탄에서 관찰된 제번스 역설
1865년 영국 경제학자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는 저서 '석탄 문제(The Coal Question)'에서 증기기관 효율이 높아질수록 영국의 석탄 소비량이 증가한다는 역설을 기록했습니다. 더 적은 석탄으로 같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자 사람들은 더 많은 일을 하게 됐습니다. 단위 비용이 내려가면 총수요가 올라갑니다.
이 현상은 지금 AI 도입 기업에서 그대로 나타납니다. 직원 1명이 AI를 써서 시간당 두 배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면 조직은 같은 인원으로 두 배의 업무를 목표로 잡습니다. 개인의 속도 향상이 조직의 요구량 상향으로 전환됩니다.
NBER 2023년 연구(Brynjolfsson, Li, Raymond)는 고객 지원 업무에서 AI 보조 도구를 도입한 결과 직원 1인당 처리 건수가 평균 14% 증가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 14%는 직원의 여유 시간으로 남지 않았습니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고객을 처리하는 새로운 목표치가 됐습니다.
AI 시간 절약을 야근 감소로 전환하는 조건
Ahn Partners 판단: 효율 도구 도입만으로는 업무 총량이 줄지 않습니다. 아래는 경영 현장 관찰에 기반한 제안입니다.
첫째, AI 도입 전에 확보된 시간을 어디에 쓸지를 먼저 결정합니다. 이 효율 향상을 처리 속도 증가로 쓸 것인지 아니면 여유 확보로 쓸 것인지를 도입 전에 정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요청량 상향이 됩니다. 결정이 없으면 조직의 기대가 채웁니다.
둘째, 처리량 기준 목표를 시간 기준으로 전환합니다. 하루 처리 건수 목표를 늘리는 대신 같은 건수를 더 짧은 시간에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바꿉니다. 이것이 실제로 퇴근 시간을 앞당기는 유일한 구조입니다.
이번 주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하나입니다. AI 도구를 도입한 팀에서 그 도구가 절약한 시간이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입니다. 새 요청을 처리하는 데 쓰이고 있다면 도구는 더 빠른 처리기가 됐을 뿐 업무 부담은 그대로입니다.
점검 목록
- AI 도구를 도입한 팀에서 절약된 시간이 추가 업무 처리에 쓰이는지 아니면 퇴근 시간 단축에 쓰이는지 측정했는가
- AI 도입 이후 팀에 들어오는 업무 요청 건수가 도입 전과 비교해 늘었는가 줄었는가
- AI 효율화로 확보된 시간을 어디에 쓸지를 도입 전에 팀과 합의했는가
출처
- Jevons, W. S. (1865). The Coal Question: An Inquiry Concerning the Progress of the Nation, and the Probable Exhaustion of Our Coal-Mines. Macmillan and Co. 기술 효율 향상이 총소비량 증가로 이어지는 제번스 역설의 원전.
- Brynjolfsson, E., Li, D., and Raymond, L. R. (2023). Generative AI at Work. NBER Working Paper No. 31161.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AI 도구 도입 후 콜센터 직원 생산성 14% 향상 실증 연구.
- McKinsey Global Institute. (2023). The Economic Potential of Generative AI: The Next Productivity Frontier. 생성형 AI 도입에 따른 업무 처리 시간 단축 효과 및 업무 재편 패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