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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사람을 승진시키면 두 번 잃습니다

최고의 실무자를 잃고, 나쁜 관리자를 얻는다는 뜻입니다. 승진이 보상의 유일한 통로일 때 생기는 구조적 손실.

이 글의 핵심

  • 일 잘하는 직원을 관리자로 올리면 그 팀의 성과가 내려갑니다. 214개 미국 기업, 4만 명 이상 영업직원을 분석한 연구에서 확인됐습니다.
  • 기업이 올바른 관리자를 선발하는 데 성공하는 비율은 18%입니다. 82%는 관리 재능이 없는 사람을 뽑습니다.
  • 직책과 보상을 분리하면 이 구조를 바꿀 수 있습니다. 최고의 실무자를 관리자로 올리지 않아도 보상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피터의 법칙Peter Principle

능력 있는 사람은 잘하는 자리에서 계속 승진하다가, 결국 잘하지 못하는 자리에서 멈춘다는 원칙. 1969년 로렌스 피터(Laurence Peter)가 제안했고, 2019년 미네소타대, MIT, 예일대 공동 연구팀이 4만 명 이상 데이터로 실증했습니다.

조직에서 가장 흔하게 반복되는 실수가 하나 있습니다. 일을 제일 잘하는 사람을 관리자로 올리는 것입니다.

214개 미국 기업, 4만 명 이상 영업직원을 추적한 연구가 있습니다. 전년도 영업실적이 2배인 직원은 해당 월 승진 확률이 14.3% 올라갑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관리자가 된 팀의 영업성과는 7.5% 내려갑니다. 회사는 현장의 최고 실무자를 잃고, 팀은 실무 대신 관리로 일하는 사람을 받습니다. 승진 결정 하나에서 두 가지를 잃습니다.

승진 기준이 실무 성과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실무에서 잘한다는 것과 팀을 이끈다는 것은 다른 능력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조직에서 승진 심사는 실무 성과로 순서를 매깁니다. 이번 분기 계약을 가장 많이 따온 영업사원, 버그를 가장 빠르게 잡는 개발자, 완성도 높은 기획서를 낸 기획자가 다음 팀장 후보가 됩니다.

같은 연구에서 반대 방향의 결과도 나왔습니다. 동료와 공동으로 처리한 거래 건수, 즉 협업 경험이 2배인 사람이 관리자가 되면 팀의 부가가치는 15.8% 올랐습니다. 개인 성과가 아니라 협업 이력이 관리 성과를 예측했습니다. 협업 실적은 눈에 잘 띄지 않아 승진 심사에서 대부분 빠집니다.

성과 기준으로 선발된 관리자를 배치받은 팀의 성과는 낮아졌다. 협업 경험이 많은 사람이 관리자가 됐을 때는 반대였다. (Benson, Li, Shue, "Promotions and the Peter Principl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2019)
승진 결정 기준부하 팀 성과 변화
전년도 영업실적 2배인 직원 승진팀 영업성과 7.5% 하락
협업 경험(공동 거래 건수) 2배인 직원 승진팀 부가가치 15.8% 상승
출처: Benson, Li, Shue, QJE 2019. 214개 미국 기업, 4만 명 이상 영업직원 분석.

왜 이런 차이가 납니까. 영업을 잘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 일하는 방법을 잘 압니다. 팀원마다 다른 방식으로 일하도록 돕는 것은 다른 기술입니다. 실무자에서 관리자로 역할이 바뀌면 해야 하는 일 자체가 달라집니다. 이 전환을 준비하지 않은 채 자리만 바꾸면, 실무자로서의 역량은 쓸 수가 없어지고 관리자로서의 역량은 아직 없는 공백이 생깁니다.

관리 재능을 가진 사람은 드뭅니다

갤럽이 2015년에 2,700만 명 이상 직원과 관리자를 조사했습니다. 자연적 관리 재능을 가진 사람은 전체 직장인의 약 10%입니다. 현직 관리자 중 실제로 높은 관리 재능을 보유한 비율은 18%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82%는 다른 이유로 자리에 올랐습니다.

기업이 관리자를 선발할 때 올바른 자질의 후보를 고르는 데 82%의 경우 실패한다. 자연적인 관리 재능을 가진 사람은 전체 직장인의 약 10%에 그친다. (Gallup, State of the American Manager, 2015)

DDI가 2019년에 발표한 조사에서 관리자의 70%는 리더십 역할을 맡게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18%는 관리직 수락을 후회한다고 했습니다. 대부분이 준비되지 않은 채 자리에 올랐습니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CMI가 2023년 4,500명 이상을 조사했더니, 신임 관리자의 82%가 공식 관리자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로 관리직에 진입했습니다. 52%는 관련 자격증이 없었습니다. 관리자로 임명됐다고 해서 관리를 배운 것은 아닌 겁니다.

그렇다면 왜 자연 재능이 10%인데 현직에서 높은 역량을 보인 비율이 18%입니까. 재능이 있어도 선발 기준에 걸리지 않으면 뽑히지 않습니다. 실무 성과 기준으로만 보면 관리 재능이 있는 사람이 섞여 올라가도 구별할 수 없습니다. 기준이 달라지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관리자 한 명이 팀 분위기를 좌우합니다

82%기업이 관리자 선발에서 올바른 자질을 고르는 데 실패하는 비율 (Gallup 2015)
70%팀 몰입도 격차 중 관리자가 설명하는 비율 (Gallup)
57%관리자 때문에 이직한 경험이 있는 직원 비율 (DDI 2019)

DDI가 2019년에 1,000명 이상을 조사했더니 직원 57%가 관리자 때문에 이직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갤럽 조사에서는 재임 중인 직장인의 1/2(50%)이 언젠가 관리자를 피해 이직한 경험이 있다고 했습니다. 두 조사의 기관과 방법이 다르니 수치를 혼용하면 안 됩니다. 그래도 결론은 같습니다. 직원 절반 이상이 관리자를 이유로 회사를 떠난 경험이 있습니다.

관리자의 질이 팀 몰입도 분산의 최소 70%를 설명한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팀마다 몰입도가 크게 다른 이유는 대부분 관리자에게 있다. (Gallup, State of the American Manager, 2015)

갤럽이 2024년에 발표한 전 세계 직장인 몰입도 보고서를 보면, 저몰입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 손실이 연간 8.9조 달러입니다. 2024년 관리자 몰입도는 27%로, 2023년 30%에서 더 내려갔습니다. 관리자 자신도 지쳐 있고, 그 지침이 팀으로 전달됩니다.

더 직접적인 질문은 이것입니다. 지금 조직에서 팀마다 성과가 왜 다른지를 설명할 때, 얼마나 자주 팀장을 첫 번째 이유로 꼽습니까.

한국에서는 관리직을 기피하기 시작했습니다

승진 문제는 한 방향에서만 오지 않습니다. 잘못된 사람이 올라가는 것도 문제지만, 올라가려는 사람 자체가 줄고 있습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25년 3월에 공기업과 사기업 재직 19-36세 850명을 조사했습니다. 32.5%가 중간관리직 의향이 없고, 39.2%가 임원직을 원하지 않습니다. 잡코리아 조사에서는 MZ세대 직장인 1,114명 가운데 54.8%가 임원 승진 생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기피 이유 1, 2위는 팀 성과에 대한 책임 부담(42.8%)과 실제 업무량 증가(41.6%)였습니다. 관리직이 더 큰 보상이 아니라 더 큰 부담으로 읽히고 있습니다.

승진이 보상의 유일한 통로인 조직에서는 두 가지 일이 동시에 벌어집니다. 관리 재능이 없는 사람은 보상을 받으려고 관리직을 맡고, 재능 있는 사람은 부담이 크다고 느껴 올라가지 않으려 합니다. 에이스가 조용해지는 것은 이런 구조에서 나오는 결과 중 하나입니다. 이직 통보 전에 침묵이 먼저 옵니다.

저도 비슷한 판단을 한 적이 있습니다

COO로 일하던 시절, 분석 역량이 가장 뛰어났던 직원을 팀장으로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 직원이 만드는 보고서는 반론하기 어려웠고, 팀 안에서 신뢰도가 높았습니다. 잘할 거라고 봤습니다.

6개월 뒤 그 팀장이 찾아왔습니다. 사람 관리가 잘 안 된다고, 팀원 두 명이 이미 나간 뒤였습니다. 분석을 잘하는 것과 팀원 각자가 막혀 있는 곳을 찾아 풀어주는 것은 달랐습니다. 판단이 틀렸습니다. 실무 역량과 관리 역량이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정할 때는 눈앞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을 선택했습니다.

그 경험 이후로 관리자 후보를 볼 때 개인 성과보다 팀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먼저 봅니다. 동료가 막혔을 때 자연스럽게 돕는 사람, 갈등이 생겼을 때 양쪽 말을 먼저 듣는 사람이 눈에 들어옵니다. 팀장 자리가 없어도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보상과 직책을 분리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의 원인은 승진 제도 설계에 있습니다. 승진이 보상의 유일한 통로인 한, 관리 재능과 관계없이 성과 있는 사람들이 관리직을 향해 이동합니다.

실무자는 보상을 받으려면 관리자가 돼야 하고, 관리자가 되면 지금까지 잘했던 일을 그만둬야 합니다. 조직은 현장의 최고 실무자를 잃거나, 관리에 맞지 않는 사람이 팀을 이끄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됩니다. 이 선택지 자체를 없애는 방법이 전문가 트랙(IC Track, Individual Contributor Track)입니다.

관리자 트랙과 별도로, 실무 전문성을 계속 키우는 사람에게도 직급과 보상을 주는 구조입니다. 기술 기업에서는 스태프 엔지니어, 프린시펄 엔지니어라는 직함으로 운영합니다. 관리자와 동급 또는 그 이상의 처우를 받습니다. 최고의 실무자가 관리자가 되지 않아도 조직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사례로 보여줘야 합니다. 제도는 말이 아니라 사례로 전달됩니다.

관리자 선발 기준도 바꿔야 합니다. 실무 성과 외에 협업 이력, 후배 성장에 기여한 경험,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봐야 합니다. AI 프로젝트에 판정 기준을 미리 적어두듯, 관리자 선발에도 기준을 명문화해두는 것이 출발입니다. 기준이 없으면 기준 없이 결정하고, 그 결정에 복기가 남지 않습니다.

성과 보상은 승진 외에도 만들 수 있습니다. 직책이 없는 특별 성과급, 프로젝트 주도권, 의사결정 참여 같은 경로입니다. 이 경로들이 실제로 운영되고 있어야 합니다.

지금 조직에서 확인할 것

지난 3년 동안 관리자로 올라간 사람 가운데, 실무 성과 외의 기준으로 선발된 경우가 있습니까.

그 숫자가 0에 가깝다면, 지금 운영 중인 선발 기준을 들여다볼 때입니다. 관리자 한 명이 팀 분위기의 70%를 설명한다면, 그 선발 결정은 팀 전체에 오래 영향을 미치는 결정입니다.

보상 구조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결정의 기준을 어디에 놓을 것인지는 다음에 이어가겠습니다.

참고 자료

  1. Alan Benson, Danielle Li, Kelly Shue, "Promotions and the Peter Principl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Vol.134 No.4, 2019. academic.oup.com
  2. Gallup, "State of the American Manager: Analytics and Advice for Leaders," 2015. 갤럽 Business Journal
  3. Gallup, "State of the Global Workplace: 2024 Report." gallup.com
  4. DDI (Development Dimensions International), "Frontline Leader Project," PR Newswire, 2019년 12월. prnewswire.com
  5. CMI/YouGov, "Better Managers" Report, 2023년 10월. managers.org.uk
  6. 대학내일20대연구소, "2030 직장인의 리더 인식 기획조사 2025," 2025년 3월. 20slab.org
  7. 잡코리아, MZ세대 직장인 임원 승진 인식 조사 (2023). 아시아경제 2024년 10월 11일 기사 경유